2024. 11. 27. 21:09ㆍ일상 이야기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날이었다. 오후 4시에 나와서 집으로 가던 길에서 마주한 올해 첫눈이 온 퇴근길 풍경.
출근하자마자 회사 언덕길과 주차장 제설 작업을 하고,
눈이 계속 거세게 와서 10시쯤부터 또 제설 작업을 하고 점심 먹고
잠시 쉬다가 또 눈이 와서 오후 1시 반쯤부터 또 제설 작업을 했다.
그랬더니 몸이 아주 노곤노곤해졌다.
시간이 남으면 짬짬이 포스팅할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고는 했는데 오늘은 여력이 전혀 안됐다.
택시기사님이 너무 많은 눈 때문에 이디야 커피점에 들어가 오랫동안 쉬고 있을 것 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집에 와서 글을 쓰려고 자리를 잡아 앉으니
티스토리에서 주제를 추천해 주었다. 이것도 마음에 드는 주제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되기도 해서다.
나는 평소에 말로 표현을 잘 못한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땐 방구석 여포처럼 글을 쓰지만,
실제로 사람들 앞에서는 맞장구나 쳐주면서 '허허' 웃고 만다.
그 자리에서 난 마치 방청객 같이 있다.
신호등마다 머리에 눈을 잔뜩 지고 있었다.
그러다 앞서 말한 역행자를 통해 내 삶에 활력을 주고 싶었고,
책을 읽고, 그 책으로 독서노트를 쓰고, 자기계발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까
점점 '나'를 알아가게 되었다.
나도 하고 싶은 게 생기고, 이뤄내고 싶은게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추상적인 목표들을 이뤄내려면 누군가와 소통을 해야 했다.
질문을 해야 하고, 알아내야 하고, 기회를 잡아야 하니까.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내게 쉽지 않은 일이다.
직장에서야 일 얘기하면서 가벼운 대화 정도는 충분히 하지만.
내 속내를 드러내고 진짜 필요해서 부탁하거나 하는 건 내겐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해야 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 글은 누군가 봐줄 수도 안 봐줄 수도 있고
봐주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 수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아무도 댓글을 써주거나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 하나하나가 나한테는
'거봐, 이렇게 해도 괜찮잖아' 하는 자극이 되어주었다.
예전에 불멍 중에 어안렌즈 효과 필터로 찍은 잔불 사진이다. 예쁘기도 하고 마치 적당히 따듯한 정도 같지만 여기에 고구마도 구워지고 고기도 구울 수 있다. 겉보기와 다르게 좀 많이 따듯하다.
그래서 점점 다 타버린 나무의 숯불같이
겉보기엔 적당히 따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기를 구워낼 수 있는
실속 있는 잔불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해내보자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 마음이란 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떤 목표를 가질지 점점 조각해 나가는 것 같았다.
평소엔 평범한 가로수였는데, 오늘은 쏟아져 내리는 눈을 막아준 커다란 우산 같았다.
'감성사진'이라고 해서 누가 봐도 멋진 사진이라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의무부여한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걸 블로그에 올리고, 책을 읽은 후에 소개하는 글은 아니지만 내가 기록해 놓고 싶어서 후기글을 올리고,
오블완 때문에 시작했지만, 카페나 식당을 다녀온 후 기억하고 싶은 좋았던 곳들은 후기를 남겼다.
예전에도 이 신호등을 찍은 적이 있는데, 눈이 쌓여 있는 게 왠지 더 이뻐 보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표현하는 연습의 의미도 있지만, 이제는 '나'를 표현하는 종합장을 쓰는 것 같다.
자유롭게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하고, 필기도 하고, 일기도 쓰는
위로 넘겨 올리던 종합장.
온통 눈뿐인 세상에 단 하나의 버스 정류장에서 눈을 피하며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
주변은 동화 같지만 그렇지마는 안은 여운이 남는 느낌의 장면 같았다.
남들 앞에서 속내를 보이지 못해 시작했지만, 나를 만들어가는 공간을 내어준 소중해진 블로그다.
저 안으로 계속 가다 보면 끝없는 산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 반대편 차들이 눈에 덮여 있는 게 저 눈 덮인 산속을 헤쳐 나와서인 것 같다.
눈 덮여 걸어 다니기 힘들어 보인 이날, 두 손잡고 걸어가던 커플의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정말 인도는 걷기 힘든 날이었다. 제설작업은 차도만 하지 인도는 잘 안 하니까 한걸음 한걸음이 미끄러질 것 같아 보였다.
최근에 블로그 목차를 수정했다.
그러면서 예전과 달라진 내 관심사를 실감했다.
오랫동안 방치한 '경제 주간지 리뷰'는 과감히 삭제했다.
도저히 손이 안가서다.
새로 추가한 관심사와 추진사항이 과연 잘 이루어질지
나는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오늘 이 글을 끝으로 오블완은 끝난다.
처음엔 그저 블로그를 성장시켜 보자,
그래 글 쓰는 능력을 키워보자 하고 시작했다.
티스토리의 의도대로 따르며 단순한 이벤트 참여자였는데
덕분에 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덕분에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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