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Yong San Park) / 부분개방부지 / 용산공원 장교숙소 5단지

2024. 10. 16. 22:39연수의 사진/감성 사진

사진을 접하고 유투브에 카메라 리뷰, 사진 강의, 사진가들의 POV 등을 즐겨봤다.

대부분의 유투버는 조용한 배경음악을 깔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예쁜 풍경을 담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모델을 섭외해서 모델을 중심으로 촬영하는 모습과 결과물을 보여준다.

 

배경을 담는 분들의 영상은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들어 좋고

모델을 찍는 분들은 디렉팅하는 방법이나, 인물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를 보여줘서

아내나 주변 지인들 촬영을 할 때 어떻게 할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줘서 좋다.

 

오늘은 "사진과 영상이야기, #인필" 채널을 운영하는 인필 작가님의 영상을 보다가

'용산 공원이 사진 찍기에 정말 예뻐보인다! 나도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생각하게 되었고, 니콘FM 필름카메라와 캐논 EOS R10과 렌즈들을 들고 용산 공원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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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입구다.

이날은 날씨가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선선해 걷기 좋은 날이었다.

감상에 젖어 정문에 들어설 때

이때 알아야 했다.

이날 아내와 함께 못한 것이

꽤 후회될 일이란걸.
* 커플들이 정말 많다. 이날 용산공원을 혼자 거니는 건 나 뿐이었다.

 

(짧막한 정보)

용산공원은 용산역에서 버스로 20분정도 가면 있다.

혹은 서빙고역에서 내리면 바로 건너편이다.

예전에는 예약을 해야 된다고 했는데 요새는 예약이 없어진 거라고 한다.

안내소 안에는 정수기, 여자 화장실, 락커, 양우산을 대여할 수 있다.

남자 화장실은 안내소를 바라보고 본인의 좌측 쪽에 별도의 건물이 있다.

락커는 학교에서 쓰던 사물함 크기(2000년대 기준)고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

양우산 대여도 무료다. 대신 수량은 한정되어 있고 선착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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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안내소를 지나서 본격적으로 들어가는데

우연히 본 모습이 예뻤다.

안내소 지나는 순간부터 모든게 이국적이다.

그런데 이 날은 PINK FESTIVAL이란 걸 준비 중인지 어수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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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소를 지나서 뒤 돌아봤는데 정말 미국 같았다.

저 건물들마다 미국인들이 나와 이웃하고 'Hello, What's up?' 하며

인사할 것 같았고 특히나 유모차를 끌고가는 저 부부가

한국인이 아니고 재외동포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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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같이 왔으면 저 가운데 벤치에 앉혀놓고 찍고, 나도 찍고, 삼각대로도 찍었을 것 같다.

이날은 서로 일정이 안맞아 나 홀로 용산 공원에 갔었다.

아내가 없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다 지나가도록 기다릴 수 있었지만(다리가 꽤 아팠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커플이라 외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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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테이블에 걸터 앉고 의자에도 앉아서 찍히면 또 예쁠 것 같았다.

때마침 두 여성분이 앉아계셨고 바로 찍었다.

용산공원 내에서 내 기준으로 사진 명소를 찾고 사진에 기록해보려고 했다.

니콘 FM 필름카메라로 한번 찍고, 캐논 R10으로 연달아 같은 장면을 찍었다.

나중에 스캔하면 비교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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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중앙 저 끝에 커플이 흔들거리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도 사람들이 안지나가길 꽤나 기다렸었다.

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오른 쪽에서 사람이 지나가려고 하고 있었고,

급히 찍은거 치고는 잘 찍힌 것 같다.

이 사진은 소실점에 연인이 앉아있어 집중하게 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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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뒷 모습의 여성분이 누군가 나오길 기다리는 느낌이 들어 찍었다.

사실 저 안쪽에서 남자친구가 옷을 추키고 있었다. 

마침 그림자져서 어둡게 보정해서 남자친구가 안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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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의 메인 사진 명소다.

살짝 넓은 잔디 광장이다. 이 사진을 찍고 저기 보이는 UNTITLED 카페에서 시그니처인 초코 어쩌구를 마셨다.

그러고 나와보니 저 Yong San 글씨에 사람들이 줄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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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는 씁쓸한 말차맛과 달콤한 초코맛이 잘 어우러졌고, 간간히 올라오는 작은 초코칩이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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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에서 셀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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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무척 이국적이라 찍었다.

갈색과 주황색을 섞은 듯한 벽돌집과 곳곳에 심어둔 나무들의 색 조화가 늘 인상적이었고

사람 걷는 길이 한국처럼 보도블럭이나 아스팔트가 아닌 황토색의 길이어서

잔디와 잘 어우러져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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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젊은 남녀커플이 있었고, 왼쪽에는 노부부가 있었다.

가만히 보다가 내가 이 모습을 왜볼까 생각해보니

저 젊은 남녀커플도, 나같은 부부도 결국 노부부가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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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좀 특이했다.

오른쪽에 숫자 25 표지판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섰다.

지나가면서 보니까 배경이 예뻐보이긴 했는데 사람이 몰릴정도 인가 싶었다.

지금 커플은 삼각대를 놓고 찍지만

앞서서 찍었던 커플은(사진찍는 커플보다 더 안쪽에 남자는 인도에 걸터앉은)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찍는데

누르는 셔터마다 여자가 포즈를 취해

사진작가와 모델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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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용산공원을 나오면서 본 풍경이다.

찍고보니 커플들만 3쌍이 있었다.

'아.. 나도 내 짝 있는데'를 가장 많이 떠올린 순간이다.

 

용산공원은 이국적인 모습과 적당히 작은 규모로 다 돌아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은 주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이곳에는 카메라를 가져온 사람들이 많았다.

웨딩 컨셉의 스냅 사진을 찍는 사람도 보였고, 포트폴리오를 위해 모델과 온 사진작가를 두명 보았다.

그만큼 찍을만한 곳이 많고, 사진에 관심 있다면 찾아오는 곳 같다.

단지 그렇게 예쁜 공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공원 가장 안쪽에는 전시관이 하나 있다.

용산 공원은 일부분만 개방된 부지라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전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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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 용산 미군기지 지도를 보면 내가 다닌 공원은 반환받아야 할 미군 기지의 20분의 1정도 될까 싶다.

앞으로 반환 받아야 할 부지의 규모와 이 규모의 미군이 지금은 평택에 있다는 사실.

괜히 좀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아주 일부분이지만 차츰 모든 부지를 찾아 개방되길 바라게 되었고

그리고 이만큼이나 미국에 도움을 받는 우리나라의 실태가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용산 공원은 나홀로 나간 첫 출사지였다.

니콘FM 필름카메라로 필름 사진을 먼저 찍고,

캐논R10으로 이어서 찍으면서

내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하고

나중에 필름과 디지털 이미지를 비교하려고

한번 찍을 때마다 사람 지나가는거 기다리랴 다리가 꽤 아팠었다.

하지만 즐거웠고 다시 아내와 갈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므로 사진 찍기 좋았던

하지만 다리가 좀 아프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주말을 집에 딩굴지만 않고 뜻 깊게 보냈던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