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7. 21:39ㆍ일상 이야기
1. 가만 생각해보면 중고시장에서 카메라 렌즈만 구경하고
카메라 렌즈 살 생각만 해왔지 내 몸의 소중한 렌즈인 눈은 생각안하고 있었다.
내 눈이야말로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소중한 렌즈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내 눈을 위해 특별히 뭘 하지는 않고 안경만 쓰고 다녔다.
그래서 인지 시력이 점점 나빠져서 마이너스로 내려갔고, 안경 없이 뭔가 보려면 눈과 한뼘 거리까지 가까이 가야했다.
사실상 안경 없이는 일상생활에 제약이 컸다. 맨 눈으로는 다 흐리게 보이고 초점은 당연히 못 맞췄다.
물체나 사람, 동물의 형태 정도는 보지만 사람 얼굴 표정은 안보이고 물체가 정확히 뭔지 알아낼 수 없으며 동물이 벽 같은 곳에 붙어서 가만히 있으면 동물인지 몰랐다.
그래서 안경은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마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눈이 점차 나빠졌던 것 같다.

2. 대충 세어봐도 벌써 안경을 사용하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면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잘 없었다.
무더운 여름에 얼굴 기름과 땀 때문에 흘러 내릴 때만 안경이 불편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겨울에 온도 차이로 안경이 하얗게 질려도, 축구하다 공이 안경을 때려도, 운동 중에 안경이 흘려내려도,
따듯한 음식 앞에서 안경이 또 하얗게 화끈해져도, 분명 내 눈 앞에 안경이 있는데 라면 국물이 눈으로 튀어서 급히 손으로 닦아 내려다 안경알을 만져서 더러워져도, 안경닦이 안챙기면 하루 종일 눈 앞이 뿌옇게 있어도 별 생각 없이 살았다.
3. 그런데 라섹 수술을 한 후에 생각해보니 안경이 참 불편했었다.
20년간 착용하면서 분명히 '불편해서 못 써먹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라섹수술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다보니 위에서 말한 상황을 마주칠 때 마다 '와, 정말 편하네. 안경 쓸 땐 이래야했는데 지금은 그냥 보여' 같이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참 불편했던 거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들면, 물놀이 하거나 수영을 할 때 수경을 쓰면 앞이 안보였다. 수경에 도수를 넣기도 한다는 데 그렇게 까지 돈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올해 5월에 필리핀 보홀 호핑투어를 할 때 안경을 못 쓰게 됙니까 바다 밑을 볼 수가 없었다. 바다 거북이가 저 밑을 지나갔다는데 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음에도 모르고 있다가 물 밖에서 신나서 얘기하는 와이프 덕에 알게됬었다. 그런데 눈 수술을 하고 최근 캠핑장 수영장에서 수영하는데 정말 편했다. 물놀이 하다 안경이 자주 벗겨져서 시야를 가리곤 했는데 지금은 다 보이니까 신기하고 좋았다.

4. 라섹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아내가 참 별거 아닌 시술에 가까운 수술이라 말해줘도 설득되지 않고 있다가 직장 동기들 3명이 연달아 라섹을 하는 걸 보니까 나도 라섹 수술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동기들이 한 곳에 가서 했고 지금은 아주 편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안경을 쓰던 습관이 남아있음을 깨달을 때마다 피식 웃으며 지내고 있다.
5. 안경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진 않았다.
군대에서 훈련을 받을 때도 안경쓰고 잘 받았을 정도로 당연한 내 몸의 일부 같은 존재였다.
그래도 막상 안경을 버리려고 하니까 이렇게 사진이라도 남기자 싶어 사진과 약간의 기록을 하게 되었다.
사용하던 차를 중고로 팔 때 그 시원섭섭함, 아쉬움, 평생 그리울 것 같은 마음 등이 들어 조금 찡하다가도 새 차를 타는 순간 싹 잊고 새 차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과 같은 상황인 것 같다. 그래도 안경을 썼었단 사실을 기록해봐야 겠단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라섹수술 후기와 함께 글을 남기게 되었다.
이제 이런 주절거림은 이만하면 됐고 간단하게 라섹 수술받은 후기를 남기려한다.
라섹 수술을 겁낼 나같은 겁쟁이들에게 겁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1. 라섹 수술 전 검사 및 상담, 라섹 수술, 수술 후 회복, 1주 후 검진을 받았는데 불편함 없이 안내 받고 진료받았다.
무슨 검사인진 몰라도 턱과 이마를 대고 눈 한 쪽마다 뭔가 보고 확인한다. 난시의 정도도 확인해주는 것 같다.
검사가 끝나면 과하게 친절한 미소를 한 상담사님에게 설명을 듣고 검사비용을 결제하고 수술 일정을 잡는다.
아 그전에 의사 선생님에게 간단한 진료를 받는다.
병원 방문 전부터 간호사, 의사선생님에게 받은 질문이 '렌즈를 착용하시나요?' 였다.
이건 '라식 시술이 가능한지' 가늠하기 위한 질문이라고 한다. 충분한 각막 두께를 가진 환자분들 중에 스스로 렌즈를 쓸 줄 아는 환자만 라식 수술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아니면 라섹을 한다. 라식에 쓰이는 수술도구가 눈에 들어가는데 렌즈 착용이 무서운 환자는 자꾸 눈을 감아버려 수술이 지체되거나 안된다고 한다.
2. 수술 전날부터 안약을 넣는다. 2시간 단위였나. 벌써 가물가물한데 안내 판플릿도 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전날과 당일에 안약을 잘 넣고 가면 접수 후 대기하면서 몇가지 검사를 더 한다. 검사날 했던 검사를 그대로 또 한다.
먼저 온 환자분이 수술하는 모습을 통유리를 통해 구경하다보면 간호사님이 안약을 몇번 넣어주신다. 내 차례가 되면 수술 대기실로 입장하고 슬리퍼로 갈아신고 가운을 입는다. 눈에 어떠한 안약을 넣고 수술대로 가서 누우면 뒤통수를 고정하는 곳에 머리를 받치게 된다.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들어오고 눈을 감지 않도록 고정 장치를 눈에 대고나면 수술이 시작된다.
한쪽 씩 초록색 불빛만 보고 있노라면 레이저의 '징'하는 작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초록색 불빛이 점점 흐려지면서 커지면 레이저 수술은 끝나고 눈 위에 붓칠하고 약 넣고 반복하다 물로 한번 싹 닦아내고 보호렌즈를 착용시킨 후 덮개로 가리고 남은 눈으로 넘어간다.
수술이 끝나면 눈을 감은채로 간호사님이 두손 잡고 휠체어 태워서 회복실로 안내받고 거기서 약 30분간 쉬다가 나간다.
이 날은 점심시간에 걸쳐서 1시간 쉬었다가 의사 선생님한테 진료를 받고 집으로 귀가를 했다.
보호자로 아내가 동행했는데 보호자가 없으면 귀가하기 엄청 힘들 것 같다. 눈을 제대로 못 뜨는 상태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건 정말 고난일 것 같다.
3. 몇몇 수술후기를 보면 눈이 미친 듯이 아프다고 하는데 난 안그랬다.
조금 불편하긴 했다. 눈이 부은 것 같았고 실눈 뜨는 것도 눈부셔서 금방 다시 눈을 감아야 했다.
수술 후 다음날 점심 12시까지 눈을 감고 지내고, 그 이후에 눈을 떠도 된다고 했다.
감은 눈으로 눈물이 조금씩 나고 계속 눈을 감고 있는데 눈꼽이 자꾸 껴서 실눈 뜰때 끈적한 느낌도 들었었다.
내가 안약을 넣으면 너무 못 해서 아내가 한동안 안약을 넣어줬었다. 그때만 살짝 눈뜨고 다시 눈감고.
24시간 눈을 감고 지내는 동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눈을 감으니까 활동을 할게 없고 그러니까 누워있게 되고 누운채로 눈 감고 있으니까 잠이 왔다.
낮잠자다 깨서 안약 넣고 또 자다 일어나서 밥먹고 또 자고 반복하니 눈을 떠도 되는 순간이 왔다.
4. '자! 이제 눈을 떠보자!' 하고 약속된 시간이 지나 눈을 딱! 떴다.
흔히 말하는 '광명을 찾았다! 개안 했다!' 까지는 아니었고 '어? 보인다!' 정도 였다.
라섹은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시력을 찾아가기 때문에 눈 뜨자마자 모든게 아주 원활히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좀 눈이 부시다.
이 눈부심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나아지는데 적응하는 과정은 이랬다.
* 일단, 햇빛이 있는 밖에 선글라스를 껴도 눈을 찌푸린다. > 선글라스 착용하면 있을만 하다 > 텔레비전 화면을 봐줄만 하지만 10분 보면 피로해진다 > 텔레비전 화면은 30분이상 거뜬하다 > PC 모니터화면 5분만 봐도 지친다 > 10분, 30분으로 늘어난다 > 이때까지 핸드폰은 똑바로 못본다 > TV, PC 처럼 점차 적응한다.
덕분에 거의 3일간 디지털 디톡스를 이뤘다.
특히나 핸드폰은 3일간 못 봤다. 아이폰 미니여서 화면도 작고 핸드폰의 불빛이 유독 더 강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덕분에 당근 거래 하나를 놓쳐 못내 아쉬웠다.
5. 3일 뒤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던데?
맞는 것 같다. 회복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목요일 수술 후 금요일, 토요일 집에서 내리 쉬면서 눈이 점차 나아졌고 일요일에는 강남에 베이비페어를 다녀올 정도로 나아졌었다. 운전은 내가 겁먹지만 않았어도 가능했을 것 같다. 이 날은 아내가 운전해서 다녀왔는데 조수석에서 도로를 바라봤을 때 운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 보였다.
6. 출근해서 일을 할때 아직은 좀 힘들었다.
점차 화면을 보는 것에 적응을 했지만 행정업무를 주로 해야되서 PC 모니터를 내내 봐야하는 내겐 좀 힘들었다.
30분 정도 집중해서 일하고 모니터 화면을 꺼버리고 눈을 감고 쉬었다가 다시 일하고 했다. 핸드폰으로 간단한 서칭이나 10분 이내 유투브 영상은 보지만 그 이상은 아직 힘든 상태였다. 그래도 안경없이 차를 운전해서 출근을 하는 게 너무 좋긴했다.
7. 수술 후 1주, 2주째 지난 상태인데 지금은 오른쪽은 약 1.0 정도 나오고 왼쪽은 아직 0.6 정도 인것 같다.
모니터 화면은 꽤 오래 바라볼 수 있다. 게임을 할 수 있으니 거의 적응했다고 본다. 수술 후 안약을 꾸준히 넣는다.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몇 시간 단위 또는 하루에 몇 회 넣으라고 하시는데 그에 맞게 열심히 챙겨 넣고 있다. 이제 안약 넣기 달인이다.
8. 이제 누군가 라섹을 고민한다면 꼭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안경 없이 지내는게 일상 생활에서 소소하게 편안함을 느낄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고
150만원이란 수술비용은 20년간 향후 사망할 때까지 안경을 6개월마다 따박따박 교체 했으면 지금의 수술비용을 훨씬 더 쓸거란 생각이 들면서 참 저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권하고 싶다.
9. 수술 받은 병원은 인덕원에 위치한 서울안과의원이다.
병원건물은 지하2층에서 지상6층까지 있는데 지하에는 주차장, 전시관이 있고 1층엔 약국, 2층부터 6층까지는 모두 안과 병원이었다. 라섹 수술 접수, 상담, 검사, 진료, 수술의 모든 과정이 일정하게 잘 짜여 있어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순서에 맞게 작업을 하는 공장 같았다. 그런 서울안과의원 병원에서 느낀 특징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적당한 친절함' 이다.
이 곳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은 다 적정선의 친절함이 있었다.
과하게 친절하지도 않고 불친절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기분 좋은 친절은 아닌 느낌.
일을 늦지 않게 조치해야 하다보니 늘 똑같은 말을 토씨하나 안틀리고 반복하면서,
환자가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않도록 존대를 하되 못 알아 들으면 짜증이 섞이지만 적절히 통제된 짜증과
토씨 하나 안틀리고 반복되는 안내멘트랄까.
예전에 건강검진을 위해 수원에 있는 KMI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거기도 공장 돌리듯이 건강검진이 이뤄지다보니 곳곳에 적절하게 안내판과 바닥에 안내선이 그려져 있고
헤매는 환자를 보면 간호사분들이 눈치껏 바로 안내해주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좋게 친절한 느낌은 안들고
일을 원활히 하기 위한 적정선으로 대해주는 느낌이 든다. 환자가 워낙 많다보니 지치지 않는 선에서 업무를 하려고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10. 다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불친절 했던 의사 한분이 계셨다.
6층 진료실 가장 안쪽에 계셨는데 "눈을 크게 뜨세요. 떠지는 부분만큼만 진료를 할겁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땐 눈에 안약도 들어갔고 눈을 검사하는 장비에서 빛을 쏘아대니 정신이 없었어서
'저게 도대체 뭔 말이야?' 정도만 생각했는데 진료받고 나와서보니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눈이 안떠지면 '더 뜨세요 그래야 확인이 수월해요' 하면 되지 안을까 싶은데
의사가 한 말은 마치 '눈을 크게 못 뜬 당신 때문에 당신의 눈 상태를 내가 못 본거다. 혹시나 문제 생기면 당신 탓이다'는
의미가 아닌가? 상당히 기분이 상한채로 남은 검사와 안내를 받고 나왔었다.
20년간 착용한 안경은 보내고 라섹 수술로 개조된 내 눈으로 사는 지금 꽤 기분좋게 살고 있는 지금
안경은 종량제 봉투에 고이 담아서 잘 떠나 보냈고 새로운 내 눈을 환영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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