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가지의 지혜를 건내주는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돈 후안 마누엘 지음 / 서진 편저 / 장헌 번역

2024. 12. 29. 16:47Yeon's 서재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1-

읽은 기간: 12.21. ~ 29.
이 책의 저자는 돈 후안 마누엘 이다.
소개를 읽어보면 중세 스페인 시대에 귀족이었으며,
알폰소 10세의 친조카인 왕자로 태어났다고 한다.
'지혜왕'으로 불리며 후대까지 그의 책이 남아서
지금의 나도 읽게 된 것이다.
 
책의 내용 전개 방식은 단순하다.
젊은 루카노르 백작이
현명한 조언자인 파트로니오에게 다양한 문제에 관한 조언을 얻는 방식으로 쓰여 있으며, 각 이야기마다
마지막엔 돈 후안 마누엘의 짧은 글로 마무리된다.
총 48편의 단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책 표지에서도 보듯이 
'출판인이라 출판으로 말합니다' 라는 말에 이끌렸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생각이 들면서
시선이 확 끌렸다. 그리고 책이 시작하기 전에
'오타가 있을 수 있다,
제한된 시간에 최소한의 매무새만 갖췄다,
추후 모양을 찾아가겠다, 
글로써, 책으로, 국민의 한 사람.
출판인에 걸맞는 방식으로 행동하고자
부족함을 무릅쓰고 출간합니다'는 안내가 나와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실제로 오타도 많고
주어와 목적어가 바껴있는 경우도 있고,
뭔가 매끄럽지 않는 문장도 있어보인다.
그래서 책 자체의 품질은 현격히 떨어진다.
그리고 이 책은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의문이다.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을까.
1판 1쇄 인쇄가 2024년 12월 14일, 발행은 18일.
 
이번달 12월3일 비상계엄이 있은 후
꽤 혼란스러운 상황인 때, 이 책은 비상계엄을 지시한 내란죄의 피의자들을 겨냥한 책인가 싶었다.
(첫 이야기부터가 딱 겨냥한 것 같았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은 오늘,
책의 뒷 표지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그게 아닌가 싶었다.
내용도. 의도도 그게 아닌가 싶다.
그들을 겨누어 본다기 보다
그들을 봐야하는 그들 외의 사람들에게
'선과 악'을 구분하는 혜안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그런거라면 이 책은 현저히 떨어지는 완성도를
봐줄만 하다. 아니, 그 의도였으면 좋겠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그 이후를 정리해야하는
지켜봐야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책 같았다.
 
책을 사서 보는 내내 
괜히 사서 봤나 하는 생각을 꽤 했었다.
48가지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기 보단
좀 평이한 느낌이었고,
'백작'이라는 위치의 사람이 기준이라서 그런지
'평범한 국민'인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런 판단을 해야하는 순간이 올까? 싶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귀족이었다보니 그런걸까.
그 당시에 하루하루 살기 바쁜 귀족이 아닌 평민에겐 공감이 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내가 만약 높은 자리에 올라선다면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은 꽤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직위와 책임이 높고 큰 사람에게는 지침서 정도로 소장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어쨌든 난 아닌 것 같다.
 
그래도 48가지 이야기가 모두 쓸모없는 건 아니다.
분명 교훈점을 주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 정리해두려 한다.
 
목차는 48가지 이야기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적기엔 내용이 많아 생략하고 밑줄 그은 내용이 있는 부분만 제목을 담으려 한다.
 
------<독서노트>------
 
e01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
1.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은 '부끄러움(수치심)'입니다. 부끄러움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죽음을 감수할 수 있으며,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일입니다. 또한, 부끄러움으로 인해 사람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올바르지 않은 일은 피하게 되지요. 이렇게 부끄러움속에서 모든 덕목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모든 악행의 근원입니다."
> 이게 가장 처음 에피소드의 교훈점이다. 부끄러움이 있기에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려면 부끄러운 짓이 무엇인지를 알게할 기준점이 우선 아닌가? 그건 덕목이 아닌가? 하면서 딴지를 걸고 싶지만 좀 맞는 말 같다. 
 
e02 거짓말하는 나무에 생긴 일
2. 거짓은 화려하다. 거짓은 웃고 떠들고 마시고 모두를 끌어 들여 파티를 연다. 그러나 진실은 나무의 뿌리처럼 땅 속에서부터 드러난다. 진실은 언제나 땅 속에서 들어 날 만한 바로 그 때,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나타난다. 진실을 따르고, 거짓을 피하라. 거짓말쟁이는 결국 모두를 함께 멸망시킨다.
> 거짓은 위협을 받을 일이 없는 나무 뿌리가 진실에게 좋을 거라고 말해서 땅 속에 들어가게 한 후, 나무의 줄기, 가지, 나뭇잎, 꽃으로 주변 사람들을 현혹시켜 자신의 세상을 구축한다. 그러는 중에 배고픔을 해결하려 뿌리를 갉아 먹은 진실 때문에 나무는 강한 바람에 뽑혀 쓰러지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거짓과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는다. 뽑혀 나간 틈으로 진실이 나타나 참혹해진 거짓의 세상을 바라본다는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진실은 나무 뿌리를 먹으며 견뎌내는 과정이 있는데 진실이 견디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싶었다. 물론, 거짓을 따라가면 안된다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뽑혀나간 틈으로 나온 진실이 본 참혹한 세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보통의 소설, 영화, 만화 등에서 결국 진실이 승리하지만 그 과정이 아주 참혹하지 않던가. 왜 괜히 부정적으로 보게되는지 모르겠다. 진실을 따라가도 행복할 수는 없을까?
 
e03 여우에게 쫓기던 수탉의 최후
3. 그때 어리석은 수탉은 여우에 대한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이 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게 겁을 먹었습니다. 수탉은 터무니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더 안전할 것 같은 다른 나무로 날아가려 했습니다. 여우는 두려움에 빠진 어리석은 수탉을 보고 뒤쫓아가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몰아갔습니다. 결국 두려움에 휩싸이며 공포에 질린 수탉은 더 이상 나무 위에 머물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여우는 그때 수탉을 잡아먹었습니다.
> 여우가 나무를 갉고 때림 - 수탉은 나무가 무너질거라 생각 - 다른 나무로 옮김 반복 - 나무 위도 안전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듬 - 내려옴 - 죽음.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싶지만, 상황이 긴박해지고 두려움에 빠지면 누구나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보이스피싱, 몸캠피싱이 상대의 심리를 장악하고 조종하는 거니까. 
 
4. 쓸데없는 두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소중한 것을 용감하게 지켜라.
> 마주한 두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소중한 것을 지켜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내용이 다시 머리에 들어오고, 생각보다 이 책은 교훈이 많긴 한거였구나 싶네.
왜 이렇게 비판적으로 봤었을까. 아마, 미완성된 책을 추천받아서 인것 같다. 
그래서 책의 본질을 볼 생각보단, 완성되지 않은 모습에 이미 반감을 사고 비판의 시선으로, 아니 그저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책을 읽어나간 것 같다.
 
 e05 진짜 속내를 감춘 여우

5. 누군가가 백작님을 속여 당신이 실제보다 더 강하고 위대한 사람이라고 믿게 하려 한다면 그가 당신을 속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셔야 합니다. ~ 네게 없는 미덕을 칭찬하는 자는, 너의 가진 것을 탐하고 가지려는 자다.

> 아주 짧은 내용이었지만 좀 소름돋았다. 아직 나한테 가져갈게 없는 위치다보니 나한테 와서 감언이설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정말 깜빡 속을 것만 같아서다.

 

e06 위선적인 여자가 제일 위험한 이유

6. 행동을 보라. 말을 듣고 사람을 믿지 말라. 행동은 그 마음에 있는 것들이 나오는 통로이며 그 행동으로 그 자신의 됨됨이를 버젓이 드러낸다. 사람의 겉모습에 눈을 감으라 그저, 행동을 보고 판단하라.

> 소통을 하려면 말을 해야한다. 하지만 겉으로만 착한척 하는 사람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 그럴 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를 살펴보라는 의미 같다. 행동만 봐서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모른다. 단지 그가 하는 말로만 판단하지 말라고 하니 늘 사람을 대할 때 행동도 유심히 살펴보자.

 

e07 최악의 아내와 최상의 아내

7. 네가 본 첫 번째 소들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았다. 내가 말이라고 말했을 때, 바스쿠냐나(아내)가 네 말을 듣고 그들이 소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녀는 내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에 내가 실수를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네가 틀렸고 자신도 틀렸다고 믿었다. 그 결과 그녀는 너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내 말이 옳다고 믿도록 아주 훌륭한 논거를 내놓았다.

> 전하려는 의미는 아내가 남편을 믿기 때문에 남편의 모든 판단을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따라준다는 것 같다. 예시가 좀 극단적인 느낌이 들지만 서로를 신뢰하기에 서로의 판단을 믿는 건 아주 옳은 부부의 모습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근데 극단적인 예시라서 좀 반감이든다. 상대방이 옳지 못한 판단을 했으면 '아니다'라고도 말해 줄 수 있어야 부부 아닌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믿어주는 것도 좋지만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주어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 내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의 충고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사랑하는 만큼 믿기 때문에. 그리고 또 나를 그만큼 사랑하고 믿는 아내의 충고면 많이 고심해주었을 거고 믿고 따를만 하지 않겠는가.

 

9.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아내에게 많은 것을 해주는 것은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만약 한 남자가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지나치게 함께 있고 싶어 하여 가야 할 곳에 가지 않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 각자는 존재 자체를 존중해주고 너무 나와 동일시하면 안된다. 분명히 나와는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함께하고 있는거다. 그 사랑이 깨지지 않게 선을 지키며 존중하자.

 

이 에피소드에는 출판사가 빼먹은건지 원래 없는건지 돈 후안 마누엘의 메모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줄로 정리하자면

부부가 서로 신뢰해주는 만큼 크에 맞게 존중해주는 선순환하는 행동과 태도가 필요하다.

> 아내는 날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좋다. 그만큼 아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e08 진심을 시험한 왕

왕과 충신이 있고 이 둘 사이를 질투하는 다른 신하들이 이간질을 하기 시작했다. 왕은 결국 불신이 생겼고 신하들의 조언에 따라 충신을 시험하기 위해 연기를 했다. 모든 것에 흥미가 없고 세상을 떠나고 싶으니, 충신에게 왕비와 왕세자, 왕국의 국정 운영을 모두 맡기고 떠나겠다고 말한다. 충신은 속으로 신나서 집에 돌아가 자신의 조언자인 철학자인 노예에게 사실을 알렸더니, 이것은 충신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니 거절해야 한다고 했고, 충신은 호화롭던 옷을 벗고 허름한 옷을 걸쳐 입고 정말 길을 떠도는 행랑인 차림으로 왕을 찾아가 같이 떠나겠습니다고 하니, 왕이 크게 감동을 받고 그간 오해를 충신에게 털어 놓았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돈 후안 마누엘은 다음과 같이 메모했다.

 

10. 자기에게 손해가 된다면, 아무도 쉽게 자기 것을 내주지 않는다.

> 그러니까 왕이 모든 걸 충신에게 맡기겠단 말은 정말 믿어서가 아니라 시험을 하려 했다는 걸 알아차려야 했다는 말 같다.

 

11. 친구의 충고와 진심 어린 행동 덕분에, 어려움은 해결되고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 충신과 그의 조언자, 왕과 충신의 관계를 말하는 것 같다. 

 

12. 어려움에 처한 친구에게는 같은 편이 돼 주는 것만큼 감사한 것이 없다.

> 어쨌든 왕은 주변 신하들로 인해 충신을 불신하게 되는 어려움에 처했고, 이 상황에 충신이 함께하겠다고 하니 큰 힘을 얻었을 것이란 말 같다. 
 

e09 어리석은 아들을 가르친 아버지

아버지와 똑독한 아들이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아들과 함께 당나귀를 끌고 다른 마을로 향했다. 처음에 아들은 짐을 아버지와 아들이 나눠들자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이웃이 말했다. '왜 힘들게 짐을 사람이 짊어지지? 당나귀한테 주면 될걸.' 그러자 아들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마을 주민이 말했다. '뭐하러 두명이 다 걸어가지? 당나귀를 번갈아 타면 될걸' 그러자 아들이 당나귀에 탔다. 그 모습을 본 또 마을 다른 주민이 '당나귀가 짐도 들고 사람도 업어서 힘들겠다, 짐은 아버지가 들지' 그러자 아들은 그러자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지나가던 행상인이 '아들이 버릇이 없이 아버지를 고생시키네. 아들이 짐들고 걸어야지.' 그러자 아들은 그러자고 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마을 주민이 말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고생시키네 당나귀에 짐을 싣고 걸어가지.' 그러자 아들은 그러자고 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마을의 상인이 '주인 잘 못 만난 당나귀가 고생이네. 사람이 짐을 지어야지.' 그러자 아들은 그러자고 했다. 처음 마을을 떠날 때와 같은 상황이 되자 아버지는 말했고, 그 내용 중 일부가 13번이다.

 

13. 그러니 가장 바르고 유익한 일을 하고 싶다면 올바른 일이나 가장 큰 이익이 되는 일을 하도록 해라. 만약 그 일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멈추지 말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말할 뿐, 네게 진정으로 좋은 일을 고려하지 않는단다.

>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발전하고자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건 옳은 일 같다. 단지, 모든 사람의 말을 다 옳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야하고 특히나 별 생각없이 내뱉은 사람들의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너무 자신의 생각에 고립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팔랑귀 또한 좋을 것이 없다.

 

e12 서로 먼저 종을 치겠다고 싸운 성직자와 수도사

아래는 돈 후안의 구절이다.

 

14.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다면 함께 할 누군가를 찾지 않고 먼저 시작하라. 함께 할 누군가를 찾으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유익한 일이면 지체하지 말고 그 일을 해야 한다. 기회는 지금 잡아야한다. 머뭇거리면 놓치리라.

> 함께할 좋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라. 누군가와 함께하기로 약속했는데 그가 약속에 늦는다면 굳이 기다릴 거 없다. 혼자서도 가능하면 혼자 시작해라. 고민말고. 

 

e13 꿈에 취해 꿀 항아리를 깨버린 여인

15. 하늘을 나는 두 마리 새보다는 내 손 안의 한 마리 새를 더 소중히 여겨라. 확실한 것에만 믿음을 두고 헛된 상상으로 지금의 일을 져버리지 말라. 현재의 일에 모든 것을 다 하면 그것이 쌓여 어느 날 상상이 현실이 돼 나타나기 마련이기에.